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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벽 - 양태순 수필집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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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벽 - 양태순 수필집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양태순 
  • 출판사북랜드 
  • 출판일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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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람이 먼저이기를, 빛의 따스함에 마음이 물들기를”(「곡선을 찍고 다시」 중에서) 바란다는 작가는 신변과 기억 저편 온기로 남은 사람, 사물, 일상의 소중한 면면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따뜻한 감성과 잔잔한 이성이 조화로운 맛깔나는 수필 작품으로 빚어내었다. 작품마다 ‘붓 가는 대로’로 표현되는 수필의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 묻어나면서도 사람과 삶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세계관이 섬세하게 형상화하여 품격 높은 수필 문학의 맛과 멋이 탐탐히 아우러진다.

「고구마를 캐며」, 「봄편지」, 「풀이 짓어도 괜찮아」, 「제비집」, 「권척」, 「규곤시의방」, 「들꽃밥상」, 「수박」, 「포구, 알알이 붉은」 등의 작품에서는 모진 시간을 견디면서도 자식에게만은 “보름달만큼 환”한 미소로, “슈룹”처럼, ‘보자기’처럼 자식을 감싸 안던 어머니, 식솔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해 고단한 인생을 경주했던 아버지, 그들의 지난날 고귀하고 값진 인생살이와 뜨거웠던 자식 사랑의 마음을 찬찬히 따스하게 톺아보고 있다.

“어머니의 마음밭 땅심은 무엇이었을까. 뼈를 녹이는 쓰린 통증을 참고, 가슴골이 땀범벅이 되도록 밭에 엎디어 호미질을 하고 또 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힘든 노동에도 새참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종일 지치도록 움직인 몸은 밤에도 모로 누워 아침을 맞이했는데···. 그 알 수 없는 힘은 아마도 오 남매의 초롱한 눈망울이었지 싶다. 우리는 그렇게 어머니의 밭에서 자라 학교에 가고 결혼을 했다. 이제 그 밭은 황무지나 다름없어 바람만이 드나든다.” (「고구마를 캐며」 중에서)

“아버지는 말없이 등을 내밀었다. 엄마라면 몇 번을 물었을 많이 아프냐는 말은 알지도 못한다는 듯이 말이다. 평소에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 서먹한 사이이고 서운하기도 해서 뻗대듯 업혔다. 그런데 투박한 손깍지가 내 엉덩이를 받쳐주는 순간 허술한 빗장이 풀어지듯 마음이 녹았다. 뭐랄까, 아주 근사한 햇살 이불을 덮은 포근함이었다.” (「수박」 중에서)

「설머리, 거기 화석이 산다」, 「영일만 찬가」, 「곡선을 찍고 다시」, 「위대한 작업」, 「사진 감상문」 등의 작품에서는 “혼신의 노력으로 써 내려간 책은 참 아름답다”와 같은 의미 깊은 문장이 품은 메시지, 수많은 시련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내일의 꿈을 꾸며 나아가는 역동적인 삶의 자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화석은 견뎌온 사연을 수놓은 무늬다. 하루라는 티끌을 과거와 현재를 뒤섞는 매개체로 썼다. 그 무늬는 너울처럼 밀려드는 시련에 맞서 극복하고 순응하여 모서리가 깎인 삶의 자국이다. 수없이 많은 날이 압축된 파일이 되었다. 지구라는 거대한 수레는 계속 돌고 있다. 설머리란 이름도 언젠가는 화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은 찬란하게 열렸다. 수평선 위로 태양이 솟아오르자 빛내림이 물결 위로 쏟아졌다. 때맞춰 물고기 한 마리가 자맥질하듯 솟구쳤다. 저 멀리 고깃배가 미끄러지듯 항구로 돌아오고 있었다.…” (「설머리, 거기 화석이 산다」 중에서)

“위대하다, … 그 길이 험난한 걸 알면서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걸어가는 것, 자신의 인생을 걸 만큼 용기와 신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바위새김이의 염원을 손끝에서 피워낸 암각화와 아재의 서러운 신념이 엮어낸 대동보를 ‘위대한 작업’이라 이름 붙여본다.” (「위대한 작업」 중에서)

「길닦음」,「너울을 건너다」,「피라칸사스처럼」,「바람벽, 잠에 들다」,「삼릉숲을 거닐며」,「처음」,「프리즘을 통과하는 법」 등은 지나온 인생의 바다에 몰아쳤던 ‘나의 너울’을 담담하게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항해에서도 삶의 설렘과 열정을 잃지 않고, “작은 것에 몰입”하는 감동으로 진정한 “미니멀라이프를 꿈꾸”겠다는 작가의 소망이 깃든 작품들이다.

“삶에 있어 너울은 값진 경험이다. 나처럼 천지분간을 못 하고 세상 무서운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진지하게 살아가는 자세를 가르쳐준다. 바닥을 뒤집어서 바닥의 아찔함을 통해 주어진 것에 감사함을 배우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나 또한 더 단단해지고 겸손하게 사는 법을 배웠고, 힘찬 너울이 올 때는 몸을 낮추고 같이 물결을 타는 것도 방법임을 알았다. 보릿고개를 넘어야 숨을 쉬는 법이 생각나고 시집살이 끝나야 내가 보이는 것처럼.” (「너울을 건너다」 중에서)

“신화마을, 오래된 마을에는 고래가 산다. 벽화 속 고래는 골목의 무채색 프리즘에 갇혀 있다. 펄럭이는 지느러미는 벗어나려는 안간힘이요 바깥세상을 향한 간절한 몸짓이다. 고래가 새로운 물결에 올라탈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이것과 저것의 경계를 뛰어넘고 느리게라도 변화를 받아들여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응원해 본다.
새 빛을 향한 여정은 설렘이 반짝이는 시간이 될 테지. 꿈을 짓는다.” (「프리즘을 통과하는 법」 중에서)

「맞두레질」,「다람쥐, 간이 커지다」,「맞이하다, 슈룹 아래서」,「사람냄새」, 「우리들의 현주소」, 「다리, 잇다」, 「나도 모르는 사이」, 「도대불에게 길을 묻다」와 같은 작품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관계와 인생이란 길에서 만나는 끝없는 시험 속에서 우리가 기댈 곳은 어디일까. 섬은 바람 속에서 깊어지고 나는 질문 속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장사도, 이정표를 읽다」)라고 사유하고 그 해답은 배려, 이해, 예의, 감사, 희생, 인정 같은 따스한 ‘사랑의 말’임을 성찰하고 있다.

“바다에 보름달이 환한 밤이면 도대는 추억 줍기에 나선다. 걱정이 문드러지던 오십 년 전은 안온한 불빛이 바다를 향한 채 까만 밤을 밀어내고 있었다. 바다와 바위, 집, 사람이 어우러진 풍경은 사람의 정이 흠뻑 녹아있었다. 갈매기를 따라다니며 날갯짓을 배워보는 여유도 있었다. 삿대에 의지해 그물을 내리는 부부의 소곤대는 소리가 멜로디를 이루어 잠든 고래를 깨우곤 했다. 밤이 새도록 읽어보는 추억의 페이지에는 아련함만 남실댄다.” (「도대불에게 길을 묻다」 중에서)

이 외에도 『바람벽』은, 마음의 풍경이 아름다운 서정적인 작품 「달빛조각 춤사위」와 「노을 풍경」, 사라져가는 추석 풍경을 그린「달아, 내 마음이 보이니」, 독도를 지키는「닭바위」, 독도등대의 꿋꿋한 이야기 「등대일지」, 부부·아들딸·형제자매의 슬프고도 기쁜 인생 이야기인 「손의 온도」,「제사」,「퍼즐 맞추기」,「딸의 꿈은 요리사」 등 유려하고 생생한 문장으로 수필의 제맛을 구현한 다양한 작품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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