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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보는 남자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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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보는 남자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김원작 지음 
  • 출판사마음세상 
  • 출판일2019-08-04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3, 누적예약 0

책소개

나이 먹은 것을 자랑하는 노인은 없습디다
그래도 그 나이를 사랑해야 합니다
그 노인의 이야기는 알맹이가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 "우리, 싱거워도 괜찮습니다"


"어머니, 세상이 나에게 간을 보라 하네요."

우리는 적당히 간간하고 짭조름하게, 시시때때로 맵거나 달게 이 세상을 살아갑니다.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자기 세월 가는 것 아까운 줄 모르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세상의 간을 봅니다. 한때는 기고만장한 객기로 세월을 앞질러 가기도 하고, 또 한때는 곤두박질하는 세월의 끝에서 몸부림치며 신음하기도 합니다. 세상 어디쯤 나의 몫이, 나의 자리가 있을까, 아등바등 삶의 '짠 내'를 온 생에 뒤집어쓰고, 세상에 존재한다는 그 최상의 맛 하나를 찾아 헤맵니다.

그 최상의 맛은 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

때로는 '돈'이라는 달콤한 맛에 속아 돈을 간 보는 데 일생을 쏟고, 때로는 '권력'이나 '명예'라는 맵고 강렬한 맛을 손에 쥐려 세상의 미로(迷路)를 헤맵니다. 그러다 우리는 외려 세상에게 이리저리 차이거나, 세상이 원하는 상품으로 요리되어 버리곤 합니다. 세상에 하나의 상품이 되어 버린 우리 인생, 이제는 세상이 우리의 간을 봅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소금과 설탕을 번갈아 뿌리며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금의 나'는 주변을 돌아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저 담장 너머 부와 명예와 권력과 명성 등 우리가 아직 손에 쥐고 맛보지 아니한 것들을 위해 살라는 주문을 받곤 합니다. 그런 주문 때문에 우리는 우울했고, 우리의 능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해야만 했습니다.

우리, 이렇게 나를 간 보는 세상 속에 갇혀 있어야 하는가?
우리, 계속 이런 방식으로 세상의 간을 봐야 하는가?
혹시, 우리 이제 나 자신에 대한 간을 스스로 봐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닌가?

이 책은 '나'의 이야기입니다. 이 세상 모든 '나'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허허(虛虛)한 '나'를 향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간이 배어 있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감동도 충격적인 결말도 없습니다. 이 책에는 나이 들어가는 어른들을 위한 객쩍은 위로가 싱겁게 담겨 있습니다. 고단한 삶의 몫을 담담히 감내하는 삶들을 향한 고향의 토닥임이 녹아 있습니다. 그 토닥임은 종종 '고향 어머니와 아버지'의 목소리로, 나를 말없이 지켜본 '저 섬 무변대해 파도의 목소리'로 우리를 위로합니다. 그렇게 이 책은 세상이 주는 간간함 없이 써 내려간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소년, 어느 한 남편 혹은 아버지, 그리고 어느 한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세상 맛, 이제 아무 것도 찍어 먹지 않아도 좋습니다.
밭에서 방금 캐낸 그 생생하고 싱싱한 무처럼 '나'라는 열매 그 자체로,
그런 대로 나의 삶, 맛이 있지 않을까요?

우리, 싱거워도 괜찮습니다.
"그 사람 참 싱겁기는……."
이런 말도, 이런 인생도 좋습니다. 싱거움 그 자체여도 괜찮은 '나'입니다.

"어머니, 세상이 나에게 간을 보라 하네요."
"여섯째야. 간간해도 싱거워도 다 괜찮다. 그게 너에게 주어진 인생의 맛이다. 네 입맛에 맞으면 괜찮아."
"아, 어머니……."

우리는 처음부터 '우리 그대로 고유한', 세상 최상의 맛입니다.

▶ 몸을 땜질하듯 살아갑니다

구멍 난 냄비를 땜질하여 사용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폐품 처리를 해도 무방할 노구(老軀)를 이끌고,
나는 머지않은 가까운 시일에 날을 잡아
노안 수술을 받기 위해 안과를 찾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남은 세월 그렇게 몸을 땜질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나는 다시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길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따금 그 길에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배낭을 다시 둘러멥니다.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그 섬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어려서부터 그 섬 소리를, 그 바다 파도 소리를 좋아했습니다. 그 섬, 해변 자갈밭에 밀려와 부딪쳐 부서지고, 곧이어 다시 밀려오곤 하는, 그 잔잔한 파도 소리를 좋아했습니다. 그 소년은 그 해변 자갈밭에 누워 파도 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파도 소리에 눈을 감고 어머니를, 아버지를, 나의 유년을, 그리고 나의 고향을 만납니다. 눈 뜨면 도시의 가장자리. 그러나 그 어느 계절이든 마음은 파도가 밀려드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나'를 만나고, 거기서 본 나를 종종 글자로 그립니다. 그렇게 나를 쓰고, 그 푸른 파도를 쓰고, 그 섬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 섬을 떠나온 지 오래지만, 항상 몇 년 묶은 비릿한 멸치 젓갈 냄새가 몸에 배어 있는, 그렇게 나는 섬 냄새가 나는 '섬사람'입니다.

목차

첫 페이지를 열면서_글쎄요 … 6
아버지 글을 추천합니다 … 8

제1부 간 보는 남자
간 보는 남자 … 13
머리 염색 소고(小考) … 18
호상(好喪)입니다 … 20
푸른 이별 … 22
꿈이었습니다 … 24
해동(解凍) … 26
백옥(白玉) … 28
상견례(相見禮) 후 … 30
그작저작 살다가 … 32
나는 을(乙)입니다 … 35
노인과 낙엽과 … 38
노인이 되면 어린애가 된다고 했던가 … 41
뚱이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 44
당신 언제 철이 들래요 … 46

제2부 그 겨울, 아버지는 그 섬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겨울, 아버지는 그 섬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 52
일흔다섯을 사는 사람들 … 56
고향 가슴앓이 … 59
심심해서 손톱을 깎고 있습니다 … 61
비정(非情) … 65
일흔여섯의 나이를 빛바랜 민증(住民登錄證)처럼 목에 걸고 … 67
이제 이별에 익숙해져야 할 나이입니다 … 69
할 일 없으면 낮잠이나 주무세요 … 71
돋보기나, 색안경이나 … 74
그것은 선택 사항일 수 없는가 … 77
그래도 잠 못 이루는 밤을 사랑해야지 … 80
장마와 노인 … 82
쇠똥구리 할머니 … 85
유훈(遺訓) … 88
아버지, 저에게 변명할 시간을 주세요 … 91

제3부 객쩍은 소리입니다
두 집 건너 한 집꼴로 … 94
쌍둥이의 성(城) 1 … 97
쌍둥이의 성(城) 2 … 100
쌍둥이의 성(城) 3 … 103
노변정담(爐邊情談) … 106
나는 졸장부(拙丈夫)입니다 … 109
2016년 8월, 그 여름 … 112
이제 자네도 슬슬 바보가 되어 가는군 … 115
아, 그 섬으로 … 118
저 노인네 행동거지가 … 122
객쩍은 소리입니다 … 124
딸들의 강(江) … 127
육감에 의한 착각으로 … 129

에세이1_그 비뇨기과(泌尿器科) 이야기 … 132

마지막 페이지를 접으며_ 그곳에 노인은 없었습니다 … 139

한줄 서평